황세준은 <단상>에서 거대 도시에서의 소외와 타자화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서울은 내게 이국적이다. 핀트가 어긋난 인쇄물을 보는 느낌으로 나는 매일 서울생활을 이어간다...” 거대도시는 활기 넘치고 편리한 곳이지만 그곳에서 불편함과 이질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도시의 신화는 근대주의, 성장주의의 신화이다. 흙이 사라진 도시, 땅이 죽은 도시의 생동감이 진정한 생명력일까? “평양은 왜 이렇게 내면적일까. 평양을 생각한다는 것은 내 내면의 역사를 반추하는 일이다.” 강력한 힘을 가진, 새마을 운동을 수입하려는 근대주의자가 이끄는 평양에서 또 하나의 우리의 모습을 본다. 숫자만 있는 달력과, 백두산 천지와 애국가가 인쇄된 달력과, 박제가 되어버려 상투화도니 아름다움을 마커 자국으로 지워버린 선명한 원색의 금수강산 이미지의 옵셋 인쇄가 있다. 그 옆 ‘참가경력서’엔 익살맞은 냉소가 넘친다. 바닥에 붙여진 프린트 물에서 준법서약서의 모순이 도마 위에 오른다. 그 조정환의 문구는 확대되어 벽에 걸린다.(중략) 작가는, 21세기의 벽두에 점검 받지 않으면 안 될 국가주의, 근대주의, 성장 지상주의, 물신주의, 거대도시화의 신화가 ‘핀트가 어긋났음’을, 그 허구성을 말하고 싶어 한다.

<이 전시의 기획자인 최효준의 글 중에서>


단상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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