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일상의 정경들을 그리기를 좋아하는 편이다. 그 순간들에 개입해, 내가 봤기 때문에 기억하는 ‘그 순간’에 영속성을 부여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물론 그 영속성은 물리적인 시간의 영속성이 아니다. 그림이 끝난 그 순간의 무한성을 말하는 거다.
역시 그림을 전량 분실했다. 전시 때 찍어놓은 슬라이드 필름이 통째로 없어져서 자동카메라로 찍은 사진 3장만 남았다. 전시는 모두 유화로 했으나, 리플렛은 에스키스 몇 장으로 만들었었다. 여기의 에스키스들은 리플렛에 나온 것들이다.